친구가 자꾸 "차를 끌고 가자"라고 하더라고요. 서울에서 남양주까지 가는 드라이브 코스를 제안했는데, 면허는 있는데 차를 못 몬다고 했을 때 친구가 얼굴을 이렇게 찡그렸어요 ㅠㅠ
사실 면허는 아주 오래전에 따긴 했거든요. 근데 장롱면허였어요. 지금까지 잘살았으니 그냥 택시 타고 다니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, 친구를 자동차로 마중 나가야 할 상황이 자꾸 생기더라고요.
그래서 마침내 결심했어요. 운전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요. 친구와의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느꼈거든요. 어쩌면 이게 지금까지 미루던 것 중에 가장 해야 할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.
구글링을 시작했어요. "남양주 운전연수"라고 검색하니 정말 많은 학원들이 나왔어요. 후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몇 개로 압축이 됐어요.

남양주에 있는 한 학원으로 정했어요. 평점도 괜찮고, 강사가 초보 운전자한테 친절하다는 리뷰가 많았거든요. 무엇보다 사람들이 "급하지 않은 수업 진행"이라고 했는데, 그게 딱 내 성격에 맞을 것 같았어요.
첫 수업 날은 3월 중순이었어요. 날씨가 정말 포근했어요. 아침 9시에 도착해서 강사를 처음 만났는데, 생각보다 편안한 분이셨어요. "처음이 뭐가 중요하냐"고 웃으면서 말씀하셨거든요.
1일차는 남양주 동네 도로에서 시작했어요. 정능로 쪽 한적한 도로였어요. 핸들 잡는 법부터 정말 기본적인 것부터 배웠는데, 손가락이 떨렸어요. 진짜 떨렸다니까요.
강사는 "이 정도 떨림은 정상이다"라고 했어요. 그리고 첫 출발할 때 너무 천천히 가니까 "괜찮아, 이 속도로 가"라고 격려해주셨어요. 그때 눈물이 좀 났어요 ㅋㅋ
1일차 중반에 교차로를 만났어요. 별 큰 교차로는 아니었지만, 신호등 보고 멈추고 출발하는 게 이렇게 힘들 수가 있다니. 손이 떨려서 핸들을 꽉 쥐고 있었거든요.
대전 쪽에서 연수받은 분 후기도 봤는데 비슷하더라고요

일산 쪽에서 연수받은 분 후기도 봤는데 비슷하더라고요
2일차는 더 큰 도로로 나갔어요. 평내로 쪽으로 나가서 차선 변경하는 법을 배웠는데, 이게 진짜 어렵더라고요. 거울을 봐야 하고 좌우를 살펴야 하고... 뇌가 한 번에 처리할 정보가 너무 많았어요.
강사가 "차선 변경할 때는 타이밍이 있다"고 했어요. 그리고 내가 타이밍을 놓칠 때마다 "좀 더 빨리" "여기서" 이렇게 정확히 지적해주셨어요. 그 순간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됐어요.
2일차 오후에는 속도를 높였어요. 50km 정도였나? 그런데 이게 정말 다르더라고요. 조금 전에는 20-30km였는데, 50km로 달리니까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였어요.
3일차는 이틀의 공포를 뚫고 조금 더 나아갔어요. 강사는 "내일은 좀 더 큰 도로를 가보자"고 했거든요.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떨렸는데 ㅠㅠ

실제로 3일차에는 남양주 중심가를 지나갔어요. 차들이 정말 많았어요. 그리고 내가 만든 상황들에 대해서 강사가 "다음번에는 이렇게 해봐"라고 하나하나 설명해주셨어요.
어느 순간부터 손이 덜 떨렸어요. 아직도 조심스럽지만, 최소한 차가 내 몸의 연장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. 강사가 "봐, 이제 는게 달라졌다"고 했을 때 진짜 뿌듯했어요.
수업이 끝난 지 일주일 뒤, 친구한테 내가 직접 차를 끌고 가겠다고 했어요. 친구는 "진짜?"라고 확인했어요. 처음으로 혼자 차를 끌고 나갔는데, 신호등마다 조금씩 덜 떨렸어요.
그리고 지난주에 드디어 친구를 태웠어요. 서울에서 남양주 근처까지 가는 드라이브였는데, 친구가 옆에서 "너 진짜 운전하네"라고 놀랐어요 ㅋㅋ 그 말이 이 모든 떨림과 공포를 정당화해줬어요.
지금 생각해보니, 나는 단순히 운전 방법을 배운 게 아니었어요. 내 한계를 조금 확장하는 법을 배웠어요. 떨리는 손으로도 핸들을 잡을 수 있다는 걸, 두려워도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. 남양주의 한적한 도로에서 시작한 이 여정이 이렇게 나를 바꿔놓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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